국내 마케팅 리더들이 이야기하는 마케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Leaders' Interview’ 시리즈 네 번째 편에서는 '그로스 셰르파(growth sherpa)’로서 다양한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 여정을 동행해 온 카카오벤처스 심규섭 컨설턴트를 만났습니다.
성장을 이끌기 위해 비즈니스가 주목해야 할 앱 트렌드와 신규 서비스를 론칭할 때 사업성을 검증하는 방법 등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인사이트를 인터뷰에서 얻어 보세요.
Q. 안녕하세요 컨설턴트님. 지금까지의 커리어와 카카오벤처스에서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네, 저는 2010년부터 디지털 마케팅, 온라인 마케팅, 그리고 그로스 마케팅을 계속해왔습니다. 현재는 'Retention'이라는 1인 컨설팅 펌에서 파운딩 파트너를 맡고 있고요, 또 '그로스 셰르파'라는 역할로 카카오벤처스의 포트폴리오 스타트업들에 대한 그로스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 4일로 '자란다'라는 시리즈 B 스타트업에서 시니어 그로스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고요.
카카오벤처스에서는 주로 초기 시드 또는 프리 A 단계의 회사들을 컨설팅해왔고요, 제품 시장 적합성(Product Market Fit), 데이터 애널리틱스 구축, 언어 시장 적합성(Language Market Fit)과 같은 실험을 위주로 컨설팅을 많이 했습니다.
Q. 다양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함께 하시면서 앱에 대한 접근이 변화해온 것을 봐 오셨을 텐데요, 최근 주목하고 계신 앱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제가 2015년부터 앱 마케팅을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웰메이드 앱이 많이 없던 상황이었고, 유저들도 탐색을 많이 하던 시기라서 앱 설치에 대한 장벽이 훨씬 낮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이 나온 지 15년이 지났고, 사람들의 스마트폰 첫 화면에는 이미 좋아하는 앱이 꽉 차있어요. Google에서 광고를 본 후 Google Play로 넘어갔는데 앱스토어의 랜딩 페이지에서 좋은 가치를 제안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당연히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게 되는 거죠. 인스톨당 단가는 계속 올라가는 추세로 보이고요.
지금은 초기에 제품 시장 적합성도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 인력을 많이 투입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웹으로 린(lean)하게 코어 콘셉트만 증명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보이고, 또 웹에서 가치를 제안하고 회원가입을 시킨 다음에 '혹시 더 많이 써볼 거면 앱을 다운로드 해봐, 이런 추가적인 혜택이 있어'라고 설득하는 유저 플로우와 웹투앱(web-to-app)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맞닿아 있는 트렌드는 '로코드/노코드(low code, no code)'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 리소스가 너무 귀중하기 때문에 가설을 빠르게 검증하거나 코어 가설만 검증한다는 콘셉트인데요. 비개발자들이 로코드/노코드 툴을 통해서 디자이너와 그로스 매니저 두 인력만으로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을 할 수 있게 하는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어요.
Q. 최근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고 있는데요, 이런 환경에서 앱 성장을 이끄는 방법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예전에는 '어떤 키워드로 들어온 유저가 어떤 상품을 구매했다'와 같이 유저 획득부터 구매까지의 전체 퍼널을 다 볼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이 과정이 많이 끊겨 있어서 유저 획득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퍼포먼스 마케팅보다는 데려온 유저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유지하고 고객의 LTV를 높일 수 있을지와 같은 부분이 더 많이 강조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많은 비즈니스가 회원가입 이후 퍼스트 파티 데이터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프로덕트 애널리틱스 툴이 훨씬 더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덕트 애널리틱스 툴의 가장 좋은 점은 데이터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인데요, 프로덕트 팀 혹은 그로스 팀만이 이 툴을 쓰는 게 아니고, 심지어 CS 팀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기존에는 SQL 지식이 떨어지는 사람은 프로덕트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제한적이었고, 데이터 팀에 계속 데이터를 요청해서 하나의 인사이트를 얻는 데 일주일이 걸리고는 했거든요. 프로덕트 애널리틱스는 코어 콘셉트 정도만 배우면 어느 정도의 SQL 쿼리를 짜는 것은 30초 안에도 가능하고, 거의 드래그 앤 드롭 몇 번만 하면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데이터 접근성이 훨씬 좋아집니다. 이에 따라 조금 더 데이터에 기반해서 말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Q. 신규 서비스를 론칭할 때 사업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원제: The Right It)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Google에서 많은 스타트업 경험을 해본 저자가 쓴 책으로,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스타트업의 가설과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 검증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고안해 낸 방식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상품이 얼마나 대박이 날 것인가'를 사전에 알아본 후 리소스를 투입해서 낭비를 막는다는 게 핵심 콘셉트이고요. 이런 접근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 나의 솔루션, 코어 오디언스의 3가지를 쭉 쓴 랜딩 페이지를 만드는 거죠. 그 다음에 제품이 곧 출시되니 이메일 주소나 핸드폰 번호를 넣어주시면 메신저나 문자, 이메일 등으로 계속 소식을 알려주겠다고 하고, 그 다음 광고를 계속 돌려보는 거예요. 광고에서 핸드폰 번호라는 리드를 수집하는 데 드는 단가가 어느 정도 이상이라고 하면, 대략적인 가설이 맞는지, 제품 시장 적합성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경우를 예를 들면, 콘셉트 조합을 40개를 만들어 놓는 거에요. '플레이어가 용사가 되서 던전에 가서 용을 잡는 게임' 또는 '아틀란타의 사자를 잡는 용사'와 같이 여러 가지 조합을 쭉 만들어서 테스트 해보고 가장 반응이 좋은 스토리를 론칭하는 거죠.
스타트업은 대부분 문제, 해결 방법, 코어 오디언스라는 3가지에 대한 동적 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품 시장 적합성에 대한 검증 없이 선투자를 많이 했을 때 실패할 확률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Q. 그로스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한테 가장 행운 같았던 기회는 스카이스캐너에서 일했던 때였어요. 제가 팀에 합류했을 때가 2014년 12월이었는데 그때 딱 세쿼이아 캐피탈에서 투자를 아주 크게 받고, 전통적인 마케팅 조직에서 그로스 조직으로 변화하던 시기였거든요. 거기서 가장 먼저 했던 게 멤버들이 '언런(unlearn)’하는 것이었어요. 자기가 알던 것을 다 잊게 하고, 그다음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거죠. 직원들에게 킨들을 나눠주고 전자책 몇 권을 사주고 다 읽게 했어요. 짬 내서 읽어오라는 방식이 아니라 금요일 4시부터 6시까지는 독서만 하도록 했었죠. 이렇게 읽었던 게 『 린 스타트업 』,『 해킹 그로스』, 『 더 골 』의 3권이었는데요, 책을 읽고 계속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변화할 수 있을지, 멤버 한 명 한 명이 깊게 감화하는 것을 중요시했던 것 같아요.
이전에 4~5명 정도의 멤버로 그로스 팀을 만든 이력이 있는데, 한 명의 그로스 컨설턴트가 가이드를 해줄 수 있지만, 컨설턴트가 빠졌을 때에도 알아서 잘 성장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들어 주는 것이 컨설턴트의 가장 큰 임무거든요. 제가 했던 방식은 그로스 실험 회로를 그릴 수 있도록 계속 설명드리고 직접 짜오도록 한 다음, 나였으면 이런 식으로 가설을 짜고 이런 식으로 실험을 디자인했을 것 같다고 알려 드리는 방식이었어요. 이럴 때 가장 잘 바뀌었던 것 같아요.
실험 가설을 잘 세우기 위해 활용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소스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중 한 가지는 다른 스타트업에서 하고 있는 실험들을 리버스 엔지니어링 해서 비슷한 형태의 가설을 세우는 방법이에요. 예를 들면 올스테이라는 호텔 최저가 비교 서비스에 재직했을 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실험을 돌리는 회사인 부킹닷컴의 사례를 참고했어요. '왜 이런 실험을 하고 있지?', '소비자 관점에서 다시 한번 재해석해 보자', '소비자의 심리가 이렇게 때문에 이런 실험을 했을 것이다'라는 것들을 생각해 보는 거죠.
이런 가설들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 디자인을 하고 실제로 실험을 돌려 보면서, 실패한 가설은 오히려 배움으로 치환해서 더 나은 가설을 만들고, 다음 가설에 좀 더 반영할 수 있는 마인드셋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Leaders' Interview를 재미있게 보셨나요? Think with Google 뉴스레터를 구독하여 다음 편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