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종 정체성을 인정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자라면서 저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멋져보이거나 성공하는 것은 주로 비아시아인들의 상징이었기에 저는 그들의 모습을 모방하게 되었습니다. 중국계 미국인 1세대로서 저는 아메리칸 드림의 일부를 실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 종종 제 뿌리를 존중하기보다는 경시하는 방법을 택했고, 이를 인정하면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저도 아이들이 생기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놀림과 욕설이 그저 어린 시절의 덧없는 장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슬픈 진실에 직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인종이 저를 형성하게 해 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에 이전보다 더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시아의 뿌리와 훨씬 더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그 결과는 단지 제가 누구인지에 대한 자부심이나 위안이 배가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개인과 사회에 영향을 주는 다양성을 옹호하고자 하는 강한 추진력을 가진 시민으로서 그리고 비즈니스 리더로서의 제 역할에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에 대한 발견이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희망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바이러스는 ‘균형’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모두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치 펜데믹이나 그 여파로 인한 행동 변화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인종, 정치, 문화 등에 대해 더 높은 차원의 고민거리가 우리에게 던져졌습니다. 희망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바이러스는 ‘균형’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히려, 정보 격차, 인종별 사망률의 불균형, 혹은 흑인과 라틴 아메리카 공동체 내의 탄력근로제 및 실업수당에 대한 불평등 등 제도적인 불평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이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문화유산의 달(Asian Pacific American Heritage Month )과 맞물리면서, 저는 특히 제가 속한 커뮤니티로 향하는 두려움과 증오에 몹시 화가 났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를 상대로 한 1,500여 건의 인종차별 사건이 보고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사태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또한, 저는 보고된 사건 중 약 20%가 제가 거주하는 지역이자 미국 내 아시아인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던 베이(Bay)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Google 검색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인들에 대한 공격’에 관한 검색은 2020년 3월에 최고조에 달했습니다.¹
또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탓’에 대한 검색 관심도가 미국²에서 지난 90일 동안 5,000% 이상 치솟으면서 비난에 대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머로 가장한 무지와 차별도 볼 수 있는데 ‘박쥐 볶음밥 티셔츠’³에 대한 검색 관심도의 급증이 바로 그 예입니다.
우리는 모든 정체성을 포괄하는 포용성이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은 무엇인지 더 폭넓게 생각할 기회를 가져야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수치심의 이면에는, 저를 포함해 실제로 사람들이 ‘아시아적’이라는 이유로 갈등을 빚거나 어려움에 처했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이를 ‘우리 또는 그들’의 문제로 만들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다양성이란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는 모든 정체성을 포괄하는 포용성이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은 무엇인지 더 폭넓게 생각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마케터로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하는데, 이는 브랜드, 특히 큰 브랜드들은 사람들의 태도 형성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회가 진화하는 방향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의 영향력은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문화유산의 달과 같은 행사는 물론 특정 시기, 정체성 또는 커뮤니티를 초월합니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면, 다양성을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문화유산의 달과 같은 일정 시기에 보여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하나의 움직임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음은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측면입니다.
- 지속적으로 진전을 이루는 데 전념합니다. 편견은 완고하고 교활합니다. 우리가 경계하지 않으면 우리의 일과 진행 과정에 침투할 수도 있습니다. 보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특권과 권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지속적으로 심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하는 일에는 끝이 없습니다. 채용 관행과 문화 발전 등은 좋은 시작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사회에 존재하는 제도적인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즉, 우리의 프로그램, 제품 및 캠페인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지속적으로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보조적인 역할을 대표하던 아시아 또는 라틴계 여성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인해 우리 팀의 마케터들이 곤란한 상황을 겪을 때, 혹은 처음부터 제품에 모두의 접근성을 고려한 기능을 탑재할 때 우리가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품 및 캠페인 개발의 모든 측면은 다양한 관점을 포함 할 수 있는 기회여야 합니다. 인사이트를 모으는 데서부터 대행사 선정, 음악 선택, 등록 양식 작성 방법, 팀 구성 및 우리가 광고하는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다양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포용적인 마케팅이 단지 체크리스트에서 체크해야 할 하나의 항목으로 그치지 않고 일관적인 존재감을 갖게 됩니다.
- 우리의 광고를 통해 커뮤니티를 향상시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만큼 마음과 생각을 움직이는 것은 없습니다. 스토리텔러로서 우리는 우리의 광고를 사용하여 수면 아래 있거나 왜곡되고 있는 커뮤니티를 끌어올리고 기념할 기회와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알아볼 수 있으며 그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들의 기여와 경험에 존경을 표현해주세요.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사람들이 조금 다르게 생각하도록 만들거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저는 개인적으로 Google이 흑인 역사의 달에 게재한 영상인 '가장 많이 검색된(The Most Searched)'에서 큰 영감을 얻었습니다. 해당 영상은 역사적인 흑인 인물들을 매우 감동적인 방법으로 기념합니다. 그리고 미국 공익 광고협의회 (Ad Council)의 "사랑에는 라벨이 없다 (Love Has No Labels)" 영상을 보고 감동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면 용기를 북돋워 주는 P&G의 #여자처럼 (LikeAGirl) 캠페인을 보고 울컥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작품들은 마케터인 저에게 항상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두 딸의 아버지로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미디어에서 우리와 닮은 사람을 볼 때 그들이 비유나 고정관념으로 표현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성취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이해를 확장시키기 때문입니다.
- 대담한 행동을 통해 지지를 표명합니다. 브랜드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힘은 입장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문제의 실제 본질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하는 것이 한순간 정치와 얽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은 충분히 물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책의 일부이고자 하는 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크고 의미 있는 조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것은 어쩌면 Wi-Fi나 기술에 대한 접근의 결여가 학생들의 성공을 저해하지 않도록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방정부와 협력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Google이 성 소수자 커뮤니티와 평등 결혼을 오랫동안 지지해 온 것과 같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매우 공개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달에 저는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를 위해 그와 유사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브랜드가 지지를 표명할 뿐만 아니라 행동의 변화도 보여줄 수 있을까요? 한 커뮤니티로부터 다른 커뮤니티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혐오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팬데믹이 종식된 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입니다. 우리가 인종차별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기회를 낭비해서도 안 됩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모든 유형의 사람들에게 전례 없는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게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공동의 인류애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다시 한번 화합을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아드하넘(Tedros Adhanom) 사무총장이 가장 잘 표현한 것처럼, 희망이 두려움의 치료제가 되기를, 결속력이 비난의 치료제가 되기를, 그리고 우리 공동의 인류애가 공동의 위협에 대한 치료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