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거의 모든 업계의 브랜드들이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VR)을 언제, 어떻게, 어디서 실험해 봐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해왔습니다. 플랫폼에 관계없이 잠재고객에게 흥미를 주고,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강력한 미디어 전략을 구축하려면 가상 현실이 일시적인 유행일지, 아니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현상인지를 구분해야만 합니다.
가상 현실이 막 도입되기 시작한 지금, 과연 앞으로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과 애널리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물어봤습니다.
3D로 상품을 둘러보는 온라인 쇼핑객
가상 디자인 업체인 BrandLab360의 공동 설립자 댄 오코넬(Dan O’Connell)은 이르면 앞으로 5년 안에 '공간 웹(spatial web)'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선 기존의 제품 및 결제 페이지에 익숙한 대다수의 쇼핑객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디지털 경험과 가상 경험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합니다.
사람들은 실제 매장과 꼭 닮은 디지털 버전의 가상 건물에서 오프라인 매장 쇼핑의 불편함 없이 상품을 둘러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가상 현실에서 상품을 둘러본 다음 전자상거래를 통해 구매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입니다." 오코넬에 따르면 그가 디자인한 브랜드의 가상 공간에서 고객은 브랜드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보다 8배 더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VR 프로모션에서는 내 VR 여정을 바탕으로 제품 추천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또한 공급망에도 효율성을 더해주죠. 사람들은 실제 매장과 꼭 닮은 디지털 버전의 가상 건물에서 오프라인 매장 쇼핑의 불편함 없이 상품을 둘러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022년 초, BrandLab360의 스튜디오에서는 Estée Lauder Companies 브랜드를 위해 ‘Maison Too Faced’를 선보였습니다. 게임화된 가상 소셜 쇼핑 경험인 ‘Maison Too Faced’에서 방문자는 화려하게 치장된 방과 자연 법칙을 거스르는 정원을 살펴보고 챌린지를 완수하여 할인 코드를 받는가 하면, 친구들과 함께 쇼핑하거나 ‘Too Faced’ 제품에 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Too Faced’는 3D 디자인으로 실험적인 서비스를 만든 여러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2017년에 패션 회사를 위한 가상 쇼룸 디자인 업체로서 설립된 BrandLab360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다양한 업계로부터 2,000건이 넘는 문의를 받아왔습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밀려오는 변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라고 오코넬은 말합니다. “지금으로서는 멈출 기세가 안 보이죠.”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Huge는 전 세계 대다수의 팬들이 도쿄 올림픽 기간에 대면 프로모션에 직접 참여하지 못할 것이 확실해지자 일본의 스킨케어 브랜드를 위해 ‘SK-II City’를 선보였습니다. 시부야 사거리와 같은 도쿄의 실제 건축물과 인프라에서 영감을 받은 이 가상 세계에서는 사용자가 교육용 게임을 플레이하고 일본 올림픽 선수들에 대한 브랜드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뜻깊은 방법으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늘고 있어요.” Huge Singapore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휴 코넬리는 설명합니다. “‘이런 (가상) 환경 안에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디지털 환경의 공간을 걸어 다니도록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굳이 브랜드의 요청사항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저절로 생각하게 되죠.”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영향 증가
열혈한 팬덤이 자리 잡고 있는 게임 분야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열성적인 팬을 끌어모으기에 적합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크리에이터와 협력하려는 브랜드는 시청자 규모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게이머가 젊은 백인 남성일 것이라는 기존의 편견에 사로잡히면 안 됩니다. 오늘날의 전체 게이머의 거의 절반이 여성이며, 유색인종이 젊은 게이머의 다수를 차지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일주일에 4~5번 보는 사람이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해 언급하는 말을 신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트림 게시자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얼마나 넓은 도달범위를 자랑하고 커뮤니티가 저희에게 얼마나 열렬한 관심을 쏟는지 알면 놀랄 브랜드가 많을 거예요.” Twitch와 YouTube 게임 채널에서 LeeshCapeesh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알리샤 에서(Alisha Ether)는 말합니다. “스트림 게시자나 YouTube 크리에이터마다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어요. 특히 중간급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라면 더 그렇죠. 사람들은 자신이 일주일에 4~5번 보는 사람이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해 언급하는 말을 신뢰할 가능성이 높아요.”
'심즈(The Sims)’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모더(modders)'라고 불리는 독립 3D 모델링 아티스트들이 캐릭터의 머리 모양과 메이크업에서 집까지 이르는 애셋을 만들어 제공합니다. 플레이어는 이러한 애셋을 다운로드하여 게임 속 세상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즈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Ebonix로 알려진 다니엘 우도가라냐(Danielle Udogaranya)는 유명한 모더 중 한 명입니다. 우도가라냐는 Electronic Arts에서 실제로 게임에 반영한 디자인을 만들었으며 회사와 상의하여 수백 가지의 새로운 캐릭터 피부색에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게임에 제 문화를 반영하는 콘텐츠가 없어서 시작했어요.” 우도가라냐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사용자의 맞춤 콘텐츠 팩을 다운로드했지만 직접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던 그녀는 흑인 플레이어와 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자 콘텐츠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3D 다시키(서 아프리카 민족 의상)를 만든 우도가라냐는 3D로 헤어스타일을 모델링하는 방법을 독학했습니다. 그러자 전 세계의 심즈 팬이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그녀는 Foot Locker Europe 등의 브랜드와 협업하는 기회도 얻게 되었습니다.
게임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은 더욱 다양한 브랜드가 (가상 현실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플레이어나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것은 브랜드가 게임 공간에 진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020년, 구찌는 2명의 모더에게 의뢰하여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탄생한 자원 순환성 라인인 Gucci Off the Grid 패션 라인과 캠페인을 재현했습니다. 이 중 한 명은 여러 층으로 구성된 구찌 브랜드의 트리 하우스를 만들었으며, 다른 한 명은 구찌 상품을 게임 내에서 구현해 캠페인 모델인 제인 폰다(Jane Fonda)의 3D 아바타에게 입혔습니다.
“'심즈'는 사람들의 삶을 재현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의 절반 정도는 뷰티 및 패션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YouTube 채널에서 Lilsimsi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케일라 심즈(Kayla Sims)는 설명합니다. “많은 것이 사람들이 '심즈'를 플레이하고 실제 생활을 모방하는 방식과도 연관이 있죠.”
많은 패션 및 뷰티 브랜드들이 게임에 참여하고 있지만, 게임 분야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더욱 다양한 브랜드가 가상 현실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Bettynixx라는 이름으로 게임플레이와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모두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모건 닉슨(Morgan Nixon)은 홈 데코 브랜드들이 게임 환경에 대한 동영상 제작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합니다. 에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팔로어들에게 물을 마시라고 정기적으로 말해주는 방송에 생수 브랜드가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품을 홍보할 대상 잠재고객과 이들의 관심사를 알아야죠.” SSSniperWolf라는 이름으로는 게임을, Little Lia라는 이름으로는 뷰티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알리아 셸레시(Alia Shelesh)는 말합니다. “게임 외에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는 게이머들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거에요.”
여러 가능성이 한데 모이는 게이밍 분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Roblox', '포트나이트' 혹은 '동물의 숲'을 플레이해보셨다면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비디오 게임의 잠재력을 직접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Newzoo의 '메타버스 소개'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의 다음 진화 단계이며,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브랜드의 핵심 제품을 넘어서는 가치를 창출하고 포착할 수 있는' 지속적인 환경이 될 것입니다.
브랜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방해하거나 짜증 나게 하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즉, 게임은 브랜드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브랜드는 게임 세계의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브랜드가 게임에 등장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대부분 브랜드들이 게임 내의 어떤 부분에 협업하는 형식이었지만, 최근 일부 애플리케이션에서는 브랜드가 게임 기술을 사용하여 실시간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기도 합니다. 게임이라는 매체의 인기는 마침내 브랜드의 마케팅 예산 편성에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디어 구매자의 93%가 2025년까지 인게임 광고를 게재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입니다.
하지만 광고 트렌드를 분석하는 Contagious의 온라인 에디터인 제임스 스위프트(James Swift)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은 아직 광고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는 플레이어에게 유용하거나 가치 있는 보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브랜드가 플레이어나 사용자를 돕는 방식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사례가 가장 성공적이었습니다.”
스위프트는 남아메리카 공화국의 소매업체인 Almacenes Exito가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의 상위 플레이어와 협업한 것을 최고의 브랜드 협업 사례 중 하나로 들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잠재고객이 게임에서 상위 플레이어를 쓰러뜨리면 Almacenes Exito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게임 내에서 광고를 할 수는 없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방해하거나 짜증 나게 하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했죠.”
소스 브랜드인 하인즈는 'Hidden Spots' 캠페인을 진행하며 '콜 오브 듀티: 워존' 세상에서 게임 중에 안심하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지도에 배치하여 플레이어를 도왔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스위프트는 하인즈 캠페인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런 날이 올지는 알 수 없지만, (게임) 플랫폼에서 브랜드가 광고를 게재하도록 허락할 때까지는 말이죠. 지금은 교묘하면서도 플레이어에게 즐거움과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SK-II는 SK-II City에서 아케이드 게임을 통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브랜드의 미션을 알렸습니다. 완전한 재활용이 가능한 한정판 ‘앤디 워홀 X SK-II 피테라 에센스’ 라인을 구매한 고객은 화장품 병의 QR 코드를 스캔해 3D 도시에 들어가 게임플레이를 통해 신제품에 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코넬리에 따르면 이러한 구매 후 경험은 SK-II 사이트의 어떤 프로모션보다도 참여율이 높았습니다. Vogue Business는 P&G 소유 브랜드들이 앞으로 계속해서 가상 세계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Roblox'의 Nikeland부터 Vans World, '동물의 숲'의 Ally Island와 Miller Lite’s Meta Bar까지, 여러 업계의 브랜드들은 가상 현실에만 존재하는 제품과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성공을 거둬 왔으며, 브랜드가 가상의 환경을 인기 비디오 게임 내에 마련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만의 매력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실험적 마케팅의 새로운 방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LaurenzSide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YouTube 콘텐츠 크리에이터 로렌 웨버(Lauren Webber)는 가상 현실이 확장되면서 게임이 이러한 트렌드에서 더욱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특히 웹3의 개발로 게임은 앞으로 계속 성장하고 주류가 되어갈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