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연이은 기발한 광고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국내 마케팅 리더들이 이야기하는 마케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Leaders’ Interview’ 시리즈 두 번째 편에서는 '다 무신사랑 해', '무아인' 등 시선을 끄는 기발한 마케팅 캠페인으로 주목받으며 고속 성장하고 있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 마케팅 본부를 이끌고 계신 서은희 본부장님으로부터 무신사의 마케팅 전략과 지향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본부장님. 마케팅을 굉장히 오랫동안 해오셨는데, 무신사에서 마케팅을 이끄시기 전까지 어떤 여정을 거쳐 오셨나요?
저는 맨 처음 커리어를 '포스트 비주얼'이라는 에이전시에서 시작했어요. 포스트 비주얼은 그 당시 굉장히 유니크하고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를 많이 만드는 에이전시였죠. 그 회사에 다니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두 가지가 스토리텔링과 인터랙션이었어요.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는 저녁에 TV에서 본 내용을 다음날 아침에 회사에서 동료들이랑 함께 이야기하면서 "어제 그거 보셨어요?", "어제 그거 너무 좋지 않아?" 이런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 마케팅에서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집중했던 것은 인터랙션인데, 제가 인풋을 넣으면 아웃풋이 나오는 것이 바로 상호작용이잖아요? 다양한 형태로 고객과 인터랙션 할 수 있는 마케팅을 해야 된다는 것이 숙제였고, 포스트 비주얼에서 이런 경험들을 많이 했던 것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 후에는 이베이에 합류하게 됐는데요, 아시다시피 이베이코리아는 국내에서도 매우 큰 커머스 플랫폼이에요. 그래서 이베이에서 일하면서는 그 많은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마케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또 이베이가 가지고 있는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커넥티드 커머스'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어요. 커넥티드 커머스란 개념은 결국 '모두가 연결된다'는 생각이에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시는 분들과 택배기사님들, 그리고 내가 연결될 수 있고, 또 나와 택배기사님, 과수원에서 사과를 수확하는 분이 또 연결되어 있는 거거든요. 이런 연결의 가치를 플랫폼과 커머스가 더 가치있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하게 연결된 사람들 모두에게 이로운 마케팅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을 고민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제가 이베이를 떠나서 무신사를 합류한 게 이제 거의 2년 넘어가고 있는데요, 마케팅은 트렌디한 시도를 많이 해야 하고 계속 변화하면서 젊은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하는 분야인 만큼, 저 스스로도 안주하지 않고 변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무신사 빌보드 광고를 보게 됐어요. 무신사는 10대와 20대를 타겟으로 하는 떠오르는 브랜드였고, 이 브랜드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해볼 수 있겠다, 가장 '힙한' 마케팅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해서 지금 여기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Q. 무신사와 이베이라는 회사는 굉장히 다른 영역을 타겟으로 하는 회사인 것 같은데 이 둘의 차이점과 특히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고 계신지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베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대표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고 10대에서부터 50대나 60대까지, 굉장히 사용하시는 유저가 많으세요. 또한 카테고리가 방대해서 디지털 전자제품을 살 수도 있고, 뷰티 아이템이나 티켓, 신선식품도 살 수 있어요. 그래서 모든 세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마케팅을 해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플랫폼이 모두가 쓰는 플랫폼이라는 대세감을 줄 수 있게 마케팅을 했었어요.
무신사는 좀 다른데, 무신사는 패션이라는 한 카테고리에 초점이 맞춰 있잖아요. 그래서 이 패션이라는 카테고리를 깊게 파고 들고, 마케터 또한 패션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유저가 되서 패션이라는 영역 안에서 아주 재미있고 힙한 새로운 마케팅을 많이 할 수 있어요. 특히 저는 패션이야말로 모든 크리에이티브가 허락되어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영역에서 새롭고 훌륭한 시도를 하는 아티스트, 인플루언서, 유튜버들이 굉장히 많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한계 없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들과 협업하고 놀라운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해낼 수 있어요.
또 저희 고객들을 보면 젊고 활발한 성향의 분들이 많아서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이벤트에도 참여를 잘 하세요. 그래서 저희는 무신사 래플이나 랜덤 쿠폰과 같은 이벤트를 많이 진행하고, 이러한 이벤트들을 유저들이 게임처럼 느끼시기도 할 거예요. 저희는 이벤트를 기획할 때도 이스트 에그를 심어놓고 그걸 찾게 한다거나 랜덤으로 혜택을 가져가게 한다는 등 게임적인 요소를 많이 넣고 있어요. 이런 다양한 이벤트를 심어 놓는 것이 무신사만의 차별화된 전략 포인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무신사에서 여러 캠페인을 이끌어 오셨는데, 대표적인 캠페인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2020년도에 무신사에 합류했는데요, 그 당시 배우 유아인 씨가 등장하는 '다 무신사랑 해'라는 광고를 시작으로 여러 캠페인을 이끌어 왔어요. 그 후에 여러 셀럽들이 등장하며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셀프 러브(self-love)’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셀럽도 다 무신사랑'이라는 캠페인, 그리고 배우 김다미 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첫사랑을 찾습니다' 캠페인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다 무신 사랑해' 캠페인에서도 나타나듯이, 무신사는 커뮤네케이션 화법이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저희는 우리 고객들의 일상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처럼 녹아있는 패션 문화 플랫폼이 되기를 바라요. 이런 방향성을 정해놓고, 이제 단순히 '사는 것(Buy)'에서 '하는 것(Do)'으로 패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가운데 '다 무신 사랑해'라는 키 슬로건은 언어유희를 활용해 '무신사를 사랑한다'라는 뜻을 가지기도 하고,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에 함께하는 브랜드들과 동반 성장한다는 가치와도 아주 잘 맞았어요. 여러 브랜드 이름을 넣어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았고요.
이 광고 캠페인을 2020년 추석 때 시작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무신사는 10대나 20대 남성분들은 많이 알지만 그 외의 많은 분들이 모르는 브랜드였어요. 그런데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나서 무신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브랜딩이 되다 보니 방문객이 굉장히 많이 늘었죠. 캠페인을 진행했던 직후인 2020년 10월부터 월간 활성 사용자(MAU)와 같은 지표들이 전년 대비 50~60%씩 오르기 시작했고, 10월에는 MAU가 300만을 기록하기도 했어요. 그 후 11월에 진행했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는 광고를 통해서 브랜드를 인지하게 되고 유입된 트래픽이 구매로 전환이 됐어요. 이 '블프' 행사를 진행했던 7일 동안 743억 매출을 달성했고, 이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5%나 성장했습니다.
'셀프 러브' 캠페인의 경우 어떤 한 사람이 무신사를 대표한다기보다는 '본인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셀럽이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됐어요. 그래서 다양한 셀럽들을 만나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스스로를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에 다양한 분들이 굉장히 진솔하게 이야기 해 주셨고, 이 셀럽들의 팬들이 또 무신사를 알게 된 거에요. 이런 캠페인들에 사람들이 많이 공감해 주셔서 보람차고 많이 뿌듯했죠.
Q. 무신사의 시작이 커뮤니티인 만큼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도 커뮤니티가가 중요할 텐데, 커뮤니티와 커머스를 함께 성장시키고 있는 디지털 전략에 대해 말씀 부탁드려요.
무신사는 커뮤니티로 성장했기 때문에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것으로 유명해요. 지금도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결국 저희도 커머스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 콘텐츠를 커머스와 연결하기 위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에 집중해요. 콘텐츠를 통해서 전달하는 즐거운 감정 또한 가치이거든요. 이런 가치에 신경을 쓰고, 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는가를 생각해요. 패션을 소비할 때를 생각해 보면 좋은 상품을 사고 싶고, 남들에게 없는 힙한 상품을 사고 싶은데, 또 그런 상품을 더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사고 싶기도 하잖아요. 이런 고객의 소망을 콘텐츠에 녹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가 최근에 '침착맨'과 같은 유튜버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침착맨 팬들이 이 콘텐츠를 재미있게 보시고 즐거워하셨어요.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 콘텐츠를 보신 분들이 무신사의 플랫폼에 와서 쇼핑하실 때 조금 더 혜택을 받으실 수 있게끔 했어요. 침착맨이 "무신사에 들어가서 '침착맨도 다 무신 사랑해'를 검색하면 우리 팬들만 쓸 수 있는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다"라는 내용을 소개해서 콘텐츠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 후 무신사에 방문해서 구매 전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여정을 만들었죠.
또 여러 셀럽들이 본인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한 '셀프 러브' 캠페인을 보면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조금 낯선 콘텐츠일 수 있어요. 브랜드의 이야기가 아닌, 셀럽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니까요. 그래서 이때 저희가 기획했던 것은 랜덤 퀴즈를 내는 것이었어요. 셀프 러브 영상 안에서 랜덤 퀴즈를 내서 고객이 정답을 입력하면 랜덤으로 쿠폰을 드리는 방식으로 고객이 콘텐츠를 끝까지 볼 수 있도록 유도했고, 이런 장치들을 콘텐츠에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브랜딩만 진행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브랜딩 캠페인과 그다음의 퍼포먼스 캠페인을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춰서 진행하고, 고객 여정의 골목골목에 깔아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 전략이라 생각해서 이런 부분을 더 고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다양한 패션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고 경쟁도 엄청 치열하잖아요? 무신사가 가진 차별점과 강점은 무엇인가요?
패션 플랫폼으로써 무신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콘텐츠가 굉장히 많다는 점이에요. 무신사에 들어가 보시면 어떤 상품을 보더라도 후기가 많이 남겨져 있어요. 이런 후기들과 더불어 무신사 TV 채널에서 만드는 콘텐츠들, 무신사 매거진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스트리트 화보들, 그리고 브랜드 디렉터들의 이야기와 같은 수많은 콘텐츠가 있어요. 저희는 궁극적으로 유저와 같이 체험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자 하는데, 유저 분들이 저희 사이트에 오셔서 남겨주시는 후기를 바탕으로 '스냅'이라는 서비스도 론칭했고요. 이런 것들이 다른 곳과 차별화된 무신사만의 콘텐츠인 것 같아요.
Q. 앞으로 무신사가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무신사는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면서 패션 문화 플랫폼에서 '넘버원'이 되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어렸을 때도 옷을 입고, 커가면서도 옷을 입는데 이렇게 커가는 과정에서 뷰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스포츠도 즐기게 되고 그러잖아요? 이렇게 인생의 모든 과정에는 스타일과 패션이 있어요. 그래서 '이 모든 생애 주기의 과정에서 패션에 대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러한 생각을 반영해서 무신사에 들어가 보시면 '키즈', '골프', '뷰티', '플레이어', '부티크' 등 전문관들이 계속해서 열리고 있어요. 올해는 이제 4050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도 계획하고 있고, 그다음에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어요.
아까도 설명드렸지만, 무신사는 '우리 삶 속에서 문화의 일부처럼 녹아져 있는 패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비즈니스를 확장할수록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신사 다움', 또는 '무신사 스러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요. 또한 당연히 메인 스트리트 문화도 중요하지만 서브 컬처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끔 해주고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요. 이러한 고민을 하면서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삶에서 계속 함께하는 친구와 같은 플랫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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