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한 치도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기에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행동이 크게 변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이 우선순위로 두고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했을 뿐만 아니라, 상품을 구매하거나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고민 없이 이러한 변화에만 따라가다 보면 비즈니스는 자칫 큰 위험 부담을 안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소비자 행동 중에 어떤 것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 판단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사실 앞으로 어떤 습관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더라도 정확한 답을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의도하는 것과 실제 행동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다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며, 팬데믹과 같이 낯선 상황에서 이러한 괴리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람들이 겪는 외부적 요인은 예측할 수 없더라도 장기적인 행동 변화를 뒷받침하는 심리적 요인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이해하면 사람들이 낯선 상황에서,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지나간 후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참여자 3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Kadence International의 연구는 사람들이 새로운 행동을 하게끔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조사했습니다. 그중에서 편리함, 시간 절약, 비용 대비 효과, 즐거움, 개인적 성취감이라는 5가지 요인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요인을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특정 활동이 사람들에게 갖는 중요성과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습관 형성 지수’를 개발했습니다.
브랜드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행동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 지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하는 행동과 이러한 행동이 실제로 지속될 것인지를 현실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조합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통해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사람들이 보이고 있는 주요 행동과 브랜드들이 이러한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잡도록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지속될 주요 활동
브랜드는 사람들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도록 설득하기보다는 이들이 이미 보이고 있는 행동에 대응함으로써 빠르게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이 그만두기가 어려운 특성 때문에 습관으로 형성되기가 쉬운 행동에 주목해야 합니다.
온라인 쇼핑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한 사용자의 34%가 2020년에 온라인 의류 쇼핑을 처음 경험했으며, 코로나19 사태에 이러한 디지털 서비스를 처음 이용한 사용자의 94%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서비스 이용을 계속할 의향을 갖고 있습니다.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온라인 쇼핑이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해줄 뿐 아니라 비용 효과적이라면서 온라인 쇼핑을 계속할 의향을 강하게 비쳤습니다.
또한 브랜드 웹사이트 쇼핑객의 41%가 브랜드 웹사이트를 통해 생생한 경험을 하고 있으며, 둘러보기 쉽고 명확한 제품 사양과 사진 또는 동영상이 제공되는 사이트를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만족스러운 온라인 고객 경험을 구축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 선호도에 관한 최근 연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시간 절약(76%)'과 '최저가(65%)'를 온라인 쇼핑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으며, 단점으로는 '긴 배송 기간(55%)'과 '배송비(57%)'를 언급했습니다.
온라인 고객 경험을 향상하려는 브랜드는 고객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알리바바의 실시간 스트림 채널인 Taobao Live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이 채널은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고객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마련합니다. 소비자는 호스트가 제품을 소개하며 추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쇼핑객은 상품을 발견하고 조사하며 평가한 후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손쉽게 하기를 원합니다. 따라서 브랜드는 디지털 채널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 데 많은 투자를 쏟아 쇼핑객의 온라인 경험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학습
지난 해부터 온라인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사람의 수가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무엇인가를 ‘하는 방법(How to)'에 대한 검색이 전 세계적으로 10%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이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Google 검색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온라인 학습이 즐겁고 개인적인 성취감도 가져다주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계속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앞으로 온라인 학습 시장 성장의 32%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Z세대는 이러한 성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어려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은 교육이 교실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Z세대는 TikTok과 Instagram 등에서 쉽고 빠르게 아이디어를 얻은 다음 YouTube 동영상을 통해 자세한 튜토리얼을 시청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정보력을 기르며 세상에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교육을 통해 고객과 더 깊은 관계를 구축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의 예로, 코로나19로 인해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받은 Airbnb는 사용자에게 현지 셰프와 함께하는 요리 강좌, 투어 가이드와 함께하는 역사 강의, 예술가와 함께하는 그림 그리기 수업 등의 새로운 온라인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홈쿠킹
집에서 만들 식사 계획을 세우고, 빵 굽기나 화제로 떠오른 파스타를 만드는 등 새로운 조리법을 배우는 트렌드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사람들과 사회적, 정서적, 문화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이러한 활동이 즐겁고 개인적인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 효과적이기까지 하다고 답했습니다. 2020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한 사용자의 47%가 온라인 식료품 쇼핑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직접 요리하는 트렌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음식점들은 집에서 요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재미있는 방법으로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밀키트는 음식점이 요리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새로운 습관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는 습관을 계속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어나가고자 하는 활동을 하기가 쉽거나 편리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활동 자체로는 성취감을 느끼기가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는 다음의 네 가지 영역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장벽을 낮춰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음식 먹기
집에서 건강한 음식을 요리하면 성취감을 얻을 수 있지만, 계속해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도 많이 들며 몸에 좋은 재료를 구매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밀키트를 활용하면 몸에 좋은 음식인지, 양은 적당한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준비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새로운 습관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식음료 제조사들이 밀키트 배달에 뛰어들었습니다. 밥, 두부, 해산물 등의 다양한 식품을 만드는 CJ제일제당은 2019년 '쿡킷'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또한 유산균 음료로 유명한 야쿠르트에서는 '잇츠온'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밀키트 배달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국가의 브랜드들이 이러한 기회를 잡아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심리적 안정 찾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무력감이나 보상 심리로 인한 취침 시간 미루기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심리적 안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계속해서 노력할 동기를 얻게 되지만, 이렇게 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쉽게 지원하기가 어렵습니다. 브랜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사람들이 더욱 쉽게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향수 제조업체인 Scent by Six는 최근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브랜드로 방향을 바꾸며, 브랜드의 향수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이 '치유, 진정,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Scent by Six는 싱가포르 정신건강협회와 제휴하여 정신건강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고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지원
싱가포르 소비자의 절반 정도가 지역 비즈니스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하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서 지역사회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를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역 비즈니스를 돕기를 원하고, 지역 비즈니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며 비용 효과적일지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즐겁거나 개인적인 성취감을 주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소비자들이 지역 비즈니스를 통해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지역사회 정신을 강조하거나 쇼핑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2020년, Shopee는 ‘Shop Malaysia Online’이라는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말레이시아의 8만 판매자들을 위해 5억 4천만 링깃(한화 약 1518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캠페인은 2021년에도 진행되어 더욱 많은 할인과 쿠폰, 무료 배송, 캐시백 인센티브를 제공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소비자의 48%가 지역 비즈니스의 포인트 제도를 이용하고 싶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지역 브랜드가 이러한 인센티브에 투자할만한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온라인 콘텐츠 시청 및 스트리밍
집에 머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온라인에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찾게 되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서 4억 명이 넘는 사용자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용하기 즐겁고 편리하기까지 하므로 사람들은 당연히 계속해서 온라인 콘텐츠 스트리밍을 이용할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스트리밍은 비용 면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하며 딱히 시간을 절약해 주지는 못합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온라인 콘텐츠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 브랜드는 제공하는 콘텐츠를 다각화하고 독점적인 경험을 제공해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공연에 제약이 생긴 가운데, 한국의 아이돌 그룹 BTS는 사상 최대 규모의 관객을 대상으로 실시간 스트리밍 콘서트를 치르면서 세계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놀랍게도 100개가 넘는 국가의 팬 75만 6천 명이 콘서트를 시청하기 위해 접속했습니다. 또한 JD.com은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음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실시간 스트리밍 DJ 공연을 성황리에 개최했는데, 이 공연 덕분에 한 브랜드는 주류 판매량을 70% 늘릴 수 있었습니다.
미래에도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겠지만, 사람들의 행동에 담긴 심리적 패턴은 대부분 일관적입니다. 사람의 행동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브랜드는 불확실한 세상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고객이 행동할 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하며, 비즈니스를 성공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